만화가 김수박주요 저서 〈아날로그맨〉,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사람 냄새〉, 〈메이드 인 경상도〉, 만화 에세이 〈더 힘들어질 거야 더 강해질 거야 더 즐거울 거야〉, 〈아재라서書〉, 〈날라리 X세대의 IMF 이야기-타임캡슐〉, 〈나! 이봉창〉 외 다수.블로그_김수박과 파편들 https://blog.naver.com/orpeo74
2월 20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었다. 3월과 4월, 밖은 위험했다. 갑자기 시간들이 집안에 갇혀 뒹굴었다. 여러 날 밤을 새우며 드라마와 영화를 눈이 빠지게 봤다. 아, 이 얼마나 기다리던 시간이냐! 이렇게 늘어져 있는 것이…. 눈이 휑해지고 허리가 아프도록, 그간 보고 싶었으나 읽지 못했던 소설을 꺼냈다, 이 시절에 떠올림 직한 소설 와 을. 그리고 17살에 내 영혼에 접속했던 만화책 . 10년 전쯤 동네 비디오 가게가 문을 닫을 때 마흔아홉 권 전집을 샀으나 읽지 못한 채, 구석에서
그것이 당도했다. 아니 1월 20일,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냄새도 없이, 멋진 모자도 없이, 접촉하는 사람들의 숨결 사이로 은밀하게.우리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은 그로부터 한 달 후쯤. 매화 소식이 남쪽에서 올라오고, 아이들은 방학이 지겨워질 때였다. 한 종교단체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고, 정치권력과 연루된 비리들도 줄줄이 드러났다. 그것과의 접촉, ‘감염’은 ‘죽음’이라는 공포를 일깨웠다. 공포는 고정관념과 삶의 습관을 깨고 다른 방식을 요구했다. 숨결을 나누는 다정한 포옹은 이제 위험했고,